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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리고 여가

MBC '밤이면 밤마다'를 보면 아버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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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요새 <밤이면 밤마다> 정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동건, 김선아의 능청스런 연기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저절로 나오니까 여름에 보기에 이만한 드라마도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이런 저런 드라마 보면 아주 그냥 불륜, 출생의 비밀을 이중, 삼중으로 엮고 엮어서 드라마를 만들다 보니까 너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밤이면 밤마다>는 새로운 소재의 접근 자체가 좀 신선했다고 할까요?


잘 모르시는 분들은 '밤이면 밤마다'를 보면서 저런 일이야 드라마 속의 일이겠거니 할 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청소년 시절에 겪어본 골동품 업계는 조금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나까마'라는 표현도 그 때부터 들었구요.


저희 아버지는 청소년기에 아무 대책없이 서울로 상경했던 그 많던 촌사람중 한 분입니다. 학교도 얼마 못다녔기에 서울에 와서 먹고살 대책이 없었다고 하셨는데 개천변 단칸방에 외롭게 사시던 한 할머니께서 아버지를 보살펴 주셨다고 하더군요.
(이 할머니 이야기는 제 인생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셨던 분이기에 나중에 인생이야기에서 한 번 풀어보고 싶네요...)


아버지가 조금 더 철이 들고서 본격적으로 골동품 업계에 뛰어들었다고 하시는데 자세한 과정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무튼 제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에 이미 아버지 이름으로 된 마당넓은 한옥집도 있었고, 골동품 가게도 그럴싸하게 있었으니 제법 살만하게 벌이를 하셨던거 같아요.


제가 중학교 들어갈때쯤 아버지가 가게를 장안평 고미술 상가로 이전합니다.


요새 드라마속 김선아(초희)가 자주 방문하는 골동품 상가는 답십리 고미술 상가인데요, 사실 장안평이 그 보다 적어도 10년은 더 먼저 생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인사동과 서울 및 인근에 산재해 있던 골동품 가게를 장안평으로 모아서 하나의 상가를 형성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상당히 메리트가 있는 상가형성이었던것 같고 손님도 많았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물론 저희 아버지 가게도 그곳에 있었구요.


어릴적 아버지 가게에 가면 제가 보기에도 신기하고, 일상적인 오래된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그 쓰임새를 짐작하기 어려운 물건부터 숟가락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참,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는데요 아버지가 잠시 가게를 비운 사이에 저 혼자 가게에 남아 있을대였습니다. 중학생일때였는데 한 일본인 관광객 부부가 들어와서는 '시브스푼'을 찾는 겁니다. 계속 반복해서 물어보는데 도대체 뭘 찾는건지... 아버지가 오셨는데 아버지도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 일본인 손님에게 종이와 펜을 내밀었더니 그제서야 뭘 찾는지 알겠더군요. '실버스푼'...은수저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못알아 들어가지고 한참을 손짓 발짓 다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그 일본인 관광객의 발음도 재밌고 밥먹는 시늉을 하는데도 은수저를 못알아 들은 우리에게 답답했을 관광객 심정도 재밌고 하네요.


그 당시 골동품 상가를 돌이켜 보면 저희 아버지도 그랬지만 상가분들이 참 화투 종아했던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역시나 삼삼오오 화투치는 장면이 빠지지 않더군요.(세상살이가 다 그런가? ^^) 답십리 한 골동품상가의 점포에서 최주봉이 화투치는 장면에서 정말 아버지의 그 옛날 모습이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추억을 떠올린다는게 쉽지 않습니다. 제가 그리 나이가 많은편은 아니지만 사실 요새 드라마는 워낙 상류층 중심의 이야기, 돈잘버는 전문직 세계만을 다루고
 있고, 과거보다는 현재의 욕망을 쫒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다 보니까 추억을 떠올린다기 보다는 그냥 환타지 영화같은 긴장감만을 주는게 현실인것 같습니다. 이런데서는 요사이 인기가 많은 사극도 그리 예외는 아닌 것 같구요. 그런데 '밤이면 밤마다'를 보는 저의 개인적 감정만은 추억이 아른 거리게 됩니다. 물론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기댄 것이지만 분명하게 저의 추억속 많은 기억을 깨어나게 하는 겁니다.


작물을 취급하다 경찰에 쫒기는 모습, 고가의 골동품을 사고 파는 모습, 고미술품 상가 등 어릴적 보았던 그 모습이 담겨있는 드라마를 보면서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가버린 지금의 고미술 상가를 한 번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인사동은 가끔 나가지만 인상동은 사실 고미술 상가라고 하기에는 관광객의 취향만 따라가는 국적 없는 상가로 변해버린지 오래라 고미술 상가라고 보기에는 어렵죠.


참, 고등학교 때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골동품 배달도 간혹 따라가곤 했던 생각도 나네요.


저야 지금은 전혀 골동품 업계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고, 골동품업을 하시던 아버지도 제가 중3때 돌아가시고  그 일을 이어 하시던 어머니도 오래전에 몸이 아파 쉬고 계시지만 아직도 그 때의 추억은 지워지지 않네요...


앞으로 드라마에서 더 생동감 있는 추억을 떠올려 주었으면 하는 작은 기대와 아버지, 어머니가 하시던 가게를 이어받아서 이제는 골동품업을 하고 있는, 연락도 자주 못해 화가 나있을 사촌형의 골동품 가게라도 한 번 들려볼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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