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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리고 여가/책읽는사람들

편지 한 통, 미제국주의 전상서

남정현 선생님이 2020년 12월 21일 오전10시경 별세하셨다는 슬픈 소식입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읽고 그 분의 용기와 작가정신에 감탄했던 과거의 소감을 다시 올려봅니다.

부디 분단없는 자주로운 곳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분지'의 작가 남정현님의 소설 3편을 모아 최근 새롭게 출간된 책입니다.

편지한통, 신사고, 분지 이렇게 3편을 엮어서 시간의 역순으로 소설집을 내셨는데요. 시간을 거꾸로 따라가며 소설을 읽다보면 마지막 분지에 도달해서는 작가의 혜안과 안목, 용기에 감탄하게 됩니다.

지금도 우리사회의 가장 큰 금기인 '반미'를 소재로하여 이미 1960년대에 이토록 본질을 직접적으로 꺼내 소설을 쓸수 있었다는 것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게 됩니다.



혹자는 우리나라 참여문학 역사에 분지가 없었다면 과연 우리의 문학, 문단이 얼마나 궁핍했겠나 하는 얘기도 하셨는데 정말 공감가는 평이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도 '종북'이라는 말만 나와도 몸을 움츠리고, 국가보안법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사고의 틀을 가두는 모습을 쉽게 보는데 남정현 작가는 그 서슬퍼런 60년대 독재정권 시절에 당당히 '반미'를 외치는 완성도 높은 소설을 내놓았으니 당시로는 세상이 발칵 뒤집힐 일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세상이 발칵 뒤집힐 소설이 떡하니 나오자 자연히 작가는 감옥으로 가게되었습니다. 역사 앞에 당당한 것이 죄가 되는 서슬퍼런 시절에도 당당함을 잃지 않으셨던 작가의 삶에도 존경의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각적인 묘사와 주제에 익숙한 요즘 소설에 비춰보면 남정현 작가님의 소설은 좀 적응하기 어려울수 있지만, 작가가 소설을 쓰던 시대를 상상하며 그가 소설에 담은 현실을 떠올리면 분명 큰 감동을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특히 요즘 미국이 마치 한국을 자신의 뒷방쯤 여기는 행태를 생각해 보면 꼭 읽어야 할 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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