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서해에서 또다시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방한계선을 1km가량 침범한 북측 함선에 경고후 경고사격을 했고 북측도 이에 사격을 가해 결국 북측 경비정이 퇴각 했다는 것입니다. 큰 사상자를 낸 지난 99년, 2002년에 이어 7년여만의 서해교전인데, 다행스럽게도 사상자는 없다는 것이 합참의 발표이기도 합니다.
벌써 인터넷에 올라온 많은 기사의 댓글에는 극단적 적대감을 비롯한 우려스러운 반응들이 넘치고 있습니다. 마치 전쟁영화나 오락을 대하듯 하는 반응들 속에는 같은 동포에 대한 극단의 적대감과 인명경시의 풍조, 무차별 살육의 훈계들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러한 엇나간 응원과 악다구니가 또다른 서해교전을 방지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올바른 방법일까요? 저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평화를 위한 서로의 노력속에서만 평화와 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북방한계선
북이 한 차례도 인정한 바 없는 북방한계선은 1953년 8월 30일 유엔사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정해진 선입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북방한계선이 북의 남침 마지노선의 성격으로 유엔이 정한 선이 아니라 남측의 북진 저지를 위해서 유엔이 정한 선이라는 것입니다.(그래서 북방한계선이라는 명칭이 된거죠) 즉, 남측 해군의 '군사행동의 한계선'으로 선포한 것이 바로 북방한계선이라는 것입니다.
정전협정에서 정전당사자들은 서로의 주장이 달라 상호 군사 통제하의 육지 인근해라는식으로 해상경계선을 모호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이러한 해상경계선의 모호함은 지난 1991년 책택된 남북기본합의서의 부속합의서에 '남과 북의 해상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라고 하여 그 점이 나타나 있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북방한계선은 일방적인 규정력을 가지는 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북방한계선은 한강하구처럼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도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서해상에는 사실상 그 어떠한 규정력 있는 경계선이 없고, 쌍방 관할의 공동 구역도 한강하구를 제외하고는 없다는 것입니다. 즉, 상호 충돌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모두가 인정해온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군사독재정권이라고 하는 노태우 정권시절에도 이 점을 인정하고 협의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노무현 정권말기 성사된 10.4정상선언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합의까지 이루었습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서해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해서 공동어로수역 보장 및 서해평화협력을 위한 군사당국자간 회담을 합의했고, 무엇보다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남북간 상화 신뢰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교류의 활성화를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안착하기 위한 다양한 합의를 이루고 실천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부단한 상호간 노력이 있어야 서해는 평화적인 관리가 가능한 공간으로 된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한반도가 정전상태이고 여기에 서해상은 이렇다할 합의된 경계선조차 없는 상황에서 화약고나 다름없는 서해의 관리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전 정권의 평화, 통일 합의를 계승하고 이어나가기 보다는 외면하고 홀대한 것이 사실입니다. 노골적인 정북의 대북적대정책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평화와 협력을 위한 발전 보다는 대결과 갈등만이 고조되는 관계로 악화시킨 것입니다.
오늘의 서해교전이 아무런 사상자 없이 끝났다고 해서 또다른 서해교전이 없으리란 보장은 그래서 없습니다. 언제든 더 큰 무력충돌이 벌어질 수 있으며, 엄청난 피해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방법은 남북간 신뢰의 상징인 공동선언을 지지, 이행,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미 국민들이 합의하고 지지한 공동선언을 두고 다른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결과 전쟁 뿐일 것입니다.
이미 합의된 남북공동선언을 애써 외면할 것이 아니라, 이번 서해교전을 오히려 교훈삼아 평화의 해법, 통일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덧붙여 북미간 대화의 장이 열리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기운이 움트는 시점에 벌어진 서해교전이 현정부의 어설프고, 적대적인 대북정책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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