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는가!
헌법재판소는 미디어법 처리 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미디어법의 가결이 유효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헌법재판소가 뒤흔든 것이 아닐까 한다.
헌법재판소는 마치 정치적 개입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려 했던 것 같은데, 사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국회에서 벌어진 민주주의 절차 유린의 행위에 의한 법안 통과를 절차상 하자는 있으나 법의 통과는 유효하다는 것으로 결론내면서 결국 가장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성공한 쿠데타는 문제가 없다는 식인 것이다.
올해 3월 2일 언론노조총파업에서 발언중인 최상재 위원장
한 때는 관습헌법을 운운하면서 수도이전에 찬물을 끼얹어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었던 헌법 재판소가 이번에는 국회에서 벌어진 대리투표 행위를 그 자체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인정하는 웃지못할 판결을 내림으로 해서 앞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실현 전망을 어둡게 했다고 생각된다.
표결절차는 대리투표,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등 위법 사항이 있지만, 법안 통과는 적법하다는 결정을 과연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헌재는 생각한 것일까?
국민들에게 헌재는 한나라당의 사실상의 의회 독재가 절차에는 문제가 있지만 야당의 저항을 묵살하고라도 통과만 시켜냈다면 적법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과 도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언론노조총파업에서
벌써 부터 한나라당은 헌재의 결정을 반기면서 미디어법을 반대한 세력에 대해서 야유를 할 태세이다. 헌재의 결정대로라면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유린한 민주주의 절차에 대해서 국민앞에 사죄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헌재의 결정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부터 알 수 있다.
매번 중대한 국민적 사안이 국회와 또는 다수에 의해 논란이 될 때 헌법재판소는 그에 대한 법적 해석을 내리는 기구로 많은 역할을 해왔다. 얼마전에는 야간집회를 금지한 것이 문제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하여 잠시 국민들로 부터 환영을 받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헌법재판소가 민의를 저버린 결정을 내릴때, 또는 헌재 스스로도 정치적 판단을 꺼리는 중대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과연 헌법재판소가 진정한 헌법적 가치 위에서 항상 정의의 판결을 내릴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든다.
오늘 미디어악법이 다시 고개를 쳐드려는 이 순간, 진정 국민주권의 시대를 실현하는 방도는 무엇인지 깊이 고민이 되고, 국민 투표를 통한 중대사안의 결정도 고려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많은 국민들의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문제도 그저 효율성 문제로만 미루어둘 문제가 아니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앞으로 정국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다.
절차가 문제가 있다고 판결을 했으니 이에 대한 주장이 있을 것이고, 결과는 유효라고 했으니 법안은 밀어부쳐질것이니 말이다. 다시 한 번 헌재의 결정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언론노조 총파업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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