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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615의 세상 이야기/사회와 여론 & 이슈

촛불 없는 촛불대행진... 기본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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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5일 촛불들은 다시 한 번 거리를 가득 메우는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둔갑시키며, 국민들에 의해 권좌에서 쫒겨난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 추켜 세우는 블랙코미디를 연출했던 8월15일에도 촛불은 어김없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국에서 모인 이번 8월15일 촛불대행진을 보면서 몇 가지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100차에 이르는 긴 시간동안 촛불을 이어오면서 무엇보다 국민들의 위력은 진실의 힘이었고, 도덕성의 힘이 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권의 거짓과 위선에 맞선 진실의 힘, 정권의 폭압과 폭력에 맞선 평화적이고 고도의 도덕적인 시민의식이 있었기에 우리의 촛불은 강력했을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고 사랑하고,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고, 동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공동체의 숭고한 미덕과 위력을 아는 우리였기에 승리의 걸음을 지금까지 내딛어 왔다고 저는 확신 합니다.


지난 8월15일도 그러한 희생의 정신, 진실의 힘은 위대했습니다.

수만의 촛불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한 몸 평화적 행동을 위해 헌신하는 촛불로 부터 어김없이 김밥과 주먹밥으로 촛불에게 힘을 주는 촛불들까지 지금도 촛불은 위대한 걸음을 변함없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15일 아쉬운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거리에 나선 우리의 두 손에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진짜 촛불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1차적 원인은 정권의 폭압적인 탄압때문입니다. 거리에서 잠시만 구호를 외쳐도, 심지어 인도에서 우리의 주장을 펼쳐도 물대포와 방패로 무장한 전투경찰의 공격이 자행되는 급박한 상황이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인도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는 사람들까지 사복으로 위장한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상황은 우리의 두 손에서 어느틈엔가 진짜 촛불이 사라지게 하고 있었습니다.


8월15일 거리에 수만의 시민이 함께하며 촛불대행진의 이름으로 진행된 시위에서 촛불을 몇개나 보셨는지요?


제가 미처 잘 보질 못했을 수 있겠으나 촛불대행진에서 촛불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각자의 손에는 피켓과 마스크 등이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저는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촛불대행진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촛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의 두손에 작지만 경이롭게 빛나는 촛불이 쥐어져 있을때 비로소 우리의 진실과 평화의 힘은 그 위력을 발휘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미 정권의 폭압때문에 또는 조금 귀찮아서 또는 범국민대책위가 준비해주질 않아서 하는 식의 이유 때문에 진짜 촛불을 들지 않을때 우리의 힘도 조금은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거센 물대포와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각자의 손에 꼭 쥐어져 있던 그 촛불을 경찰의 폭력이 조금 더 거세어졌다고 내려 놓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저 자기 한 몸만 거리에 나와 있다고 저절로 촛불이 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들 마음 깊숙한 곳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자리를 틀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사복으로 변장하고 시위대에 들어와 있는 폭력경찰들도 모두가 촛불을 들고 있는 상황이라면 자신들도 촛불을 들어야만 할 것입니다. 촛불을 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레 연행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그들 스스로의 정당성과 양심에는 지금보다 분명 더 큰 가책과 부담이 생길 것입니다. 저는 바로 이러한 것이 촛불의 위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범국민 대책위에도 바라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

어렵사리 모인 거리의 시민들이 꼭 필요한 것은 급조된 엠프와 방송차가 아니라 작지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촛불일 것입니다.

물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서도 대책위가 알아서 준비해 주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촛불집회에 나오는 기본적인 준비물로 촛불을 빼먹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촛불대행진의 상황은 모두가 느끼는 것처럼 그리 쉽게 모이기도, 행진하기도 또 우리의 주장을 목청껏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기에 그럴수록 더욱 촛불을 잘 준비하고 촛불을 가장 우선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때 우리가 가진 진실의 힘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며, 빛이 어둠을 몰아내듯이 마음속 깊은곳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을 지키는 분들에게 부족한 저의 생각이 혹여나 잘 알지도 못하는 불평으로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촛불대행진에 촛불이 사라져 가는 것은 우리의 기본이 약해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몇 마디 적어보았습니다.


더욱 힘차게 진짜 촛불을 들어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가방에 컵과 양초 여유분을 가지고 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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