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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615의 세상 이야기/동네 방네 이야기

북한산 둘레길에서 만난 '투사 김남주'



지난 설연휴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연휴가 길었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길게 느낀건 솔로들의 시간이 그러했을 것이고, 사실 기혼자들은 명절 연휴가 그리 쉽게 지나가는 시간은 아니죠...^^;

저도 지난해 명절부터 직접 제사와 차례를 지내다보니 명절연휴가 참 만만치 않은 휴일로 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기도 한데 그래도 늘 성의넘치게 준비하는 모습에 고맙기도 합니다.

설연휴 기간 어떻게라도 하루 정도는 부부간의 오붓한(?)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욕심에 설차례 음식을 아내와 함께 이틀전에 완료했답니다.ㅋ 새벽까지 전만들고, 음식준비하고 이래저래 피곤했지만 미리 준비를 해놓은 덕에 설날 전날은 하루 온전히 부부가 보낼 수 있는 알토랑같은 시간이 생겼습니다.

하루의 휴가가 생겼는데...뭘할까?
고민하던 끝에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습니다.(너무 재미없어 보이나요?ㅋ) 날씨도 좀 풀렸고, 조용하게 누구의 간섭 받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적절한 장소가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아래 사진들은 클릭하시면 좀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이동입구에서는 다음 코스의 방향이 함께 표시되어 있으니 혼돈하시면 안됩니다.

1코스 시작지인 우이동입구에는 국립공원북한산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흉물스런 콘도건설 현장이 버티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사업을 허가하는건 누군지...

공사판에 어지러웠던 마음은 계곡 눈밭에 난 어지러운 발자국 덕에 오히려 정리가 됩니다. 여러 작은 짐승과 새들이 얼음사이로 패인 작은 샘물 구멍을 찾은 흔적이 너무 흐뭇합니다.

1코스의 본격적인 시작점에서는 손병희 선생을 만나게 됩니다.

둘레길

둘레길


코스는 둘레길 1~2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우이동 입구에서 시작해서 도선사 방향으로 오르다가 왼편 솔밭공원 방면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코스는 편안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설 전날이라 방문객이 적어서 고즈넉하기까지 했다면 믿어지시나요?^^ 2코스는 순례길 코스로 4.19국립묘지를 끼고 아카데미 하우스 방면으로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순례길 코스에 들어서서 느낀것은 국립묘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라서 마음 깊이 경건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설 전날이라서 그런지 열사분들의 가족들이 묘소 여러곳에서 보였습니다.

한 노부부가 순례길입구에서 코스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코스에서 조금만 오르면 전망대가 나옵니다.

김남주 선생님의 시가 있는 둘레길


2코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워낙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부부이기도 해서 그렇겠지만 2코스의 4.19국립묘지 전경이 보이는 곳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시집이 비치되어 있어서 더 많은 사색과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코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아직 시집이 몇 권 없어서 볼품이 없었다는 것인데 저라도 한 권 가져다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방문객들 누구나 편하게 읽어보길 바라는 취지에서 비치된 시집이긴 하지만 시집속에 김남주님의 시를 만날때는 정말 가슴이 벅차기까지 했습니다. 4.19국립묘지를 바라보며 김남주 선생님의 시를 한 편 읽어본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고 둘레길의 큰 매력을 발견한 기쁨까지 일어났습니다.

편안하게 둘레길 코스를 돌아보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덕성여대 교정을 거닐어 보기도 하며 우리 부부의 설 전날 짧은 하루 휴식이 끝났습니다.

둘레길이 늘 설 전날처럼 조용하고 편안한 길이면 좋겠지만 많은 분들이 방문하는 길이라서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렵지만 설 전에 방문한 북한산 둘레길은 먼 제주의 올레길 못지 않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길이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놀았는지 썰매탄 흔적이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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