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rom615의 세상 이야기/사회와 여론 & 이슈

국가보안법 구속자 재판에서 오히려 배우고 온 사연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1차 모두진술 재판 참관기-

12월 19일 오후2시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는 실천연대 구속자에 대한 1차 재판이 진행되었다.

같은날 오전10시에 진행된 범청학련 남측본부 윤기진 의장의 항소심 재판이 1심과 마찬가지로 실형 3년이 선고 되어서 오후에 진행된 실천연대의 재판에 참관하는 마음이 그리 가볍지 못했다.

재판 시작전 석방촉구 기자회견

오후2시에 시작된 재판은 모두진술에만 무려 6시간이 걸릴 정도로 사건은 방대하고,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였다.

먼저 시작된 검사의 모두진술은 어김없이 지난 독재시절의 논리 그대로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그들의 행위를 이적행위로 몰아갔다. 무엇보다 검찰의 논리를 구성하는 기초에는 북을 반국가단체 및 적으로 규정하는 뿌리깊은 반북의식이었다. 그들은 21세기 남과 북의 교류협력이 당연시 되는 지금까지도 북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긴시간 파워포인트까지 준비하여 진행된 검사의 모두진술은 얼핏보기에 실천연대가 북의 지령을 받고 체계적으로 조직을 구성, 운영하면서 이적행위를 해온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재판 시작전 석방촉구 기자회견

그동안 내가 보아온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검사측이 그토록 방대한 양(증거자료 약10만여쪽, 500쪽 150권분량이상)의 공소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진술한 것은 처음 보았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검찰의 진술이후 방청석은 다소 위축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어서 진행된 6명의 변호인단과 4명의 실천연대 구속자들은 모두진술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허위위고 조작이라는 것을 철저히 반박하고 검찰을 궁지로 몰아 방청석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도하던 검사는 피고측의 모두진술이 있을때마다 자신의 공소사실을 뒤적이며 피고측의 내용을 경청해야 할 정도로 자신의 공소내용을 자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 6명은 검찰의 9가지 중점 기소내용에 대해 논리적인 반박을 시작하였다. 그중에서도 국가보안법의 태생적 한계와 위헌성에 대해서 지적하는 것을 첫자리에 두고 반박을 시작하였다.

특히 검찰은 실천연대의 강령, 규약이 마련된 2001년을 결성시기로 보고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취지의 진술을 했는데, 변호인측은 2000년 실천연대 결성 사진을 구하여 사진 한 장으로 검찰의 주장이 허구라는 사실을 폭로하였다. 사실 이 사진과 당시의 2000년 결성만 확인되어도 이 재판은 공소권 없음으로 결말이 날 사건이며, 그만큼 검찰은 무리한 수사, 취약한 수사를 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이적행위에 대한 부분, 잠입탈출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검찰은 마치 간첩 행위를 한 것처럼 묘사했으나, 실천연대 구속자들의 모든 행위가 정부의 허가아래 합법적으로 진행된 것들임이 변호인들에 의해 밝혀졌다. 심지어 강진구 전 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의 잠입탈출에 대해 당시 정부는 그가 여권발급에 난항을 겪자 공안당국이 나서서 이를 해결해 주었다는 사실까지 폭로되었고 방청석은 검찰의 억지에 분노했다.

변호인 뿐만 아니라 구속자 4명의 모두진술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정말 아무런 죄가 없고, 조국과 민족, 국가를 위해 통일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사람들의 그 떳떳함이, 진실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실감하는 진술이었다.

그들은 시종일관 검찰측의 무리한 수사관행과 비논리적, 비과학적인 수사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하였으며, 재판정에서 현정세의 발전추이와 전망, 통일운동의 정당성, 국가보안법의 부당성, 실천연대 활동의 정당성 대중성에 대해서 진술하였다. 특히 카이스트 공학박사 출신인 곽동기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은 과학도답게 이론과 법칙의 차이를 예로 들며 현 공안당국이 이론을 법칙으로 법칙을 이론으로 어떻게 역전시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폭로 규탄하였다.

구속자들의 모두진술중에서 인상적인 것중에 이런 것도 있다. 강진구 전 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은 실천연대의 결성시기와 관련된 검찰의 논리를 반박하면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정이 가훈을 써야 비로소 결혼한 것이고, 그날이 결혼기념일인가!"라고 반박하며 검찰이 실천연대의 강령규약 제정만을 근거로 결성시기를 추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방청석엔 웃음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최한욱 집행위원장은 최근 부시의 신발테러(?) 사건을 언급하며 "자신은 이명박 정권에게 신발은 커녕 욕지거리 한 번 한 적이 없고 정당한 정책적 비판을 했을 뿐인데 이를 두고 이적행위, 사회전복세력으로 몰아간다면 그야말로 야만과 폭력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규탄하였다. 문경환 정책위원장은 정책위원장답게 북미관계로부터 현 남북관계까지 세세하게 분석 전망하여 방청석에 있는 사람들이 감옥에서 어찌 그리 많은 정보를 아는가 궁금해할 정도였다. 곽동기 상임연구원은 자신을 수사했던 국정원 수사관과 검사를 가리키며 그들이 dmb폰을 자랑하고, 스스로 국가보안법 사건을 잘 모른다는 식의 말을 한 것을 폭로했고, 얼마나 이 번 사건이 그 준비부터 허구였는지를 말했다.

이제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될 것이다.

검찰은 박물관에 들어갔어야 할 국가보안법의 낡은 논리로 북을 반국가단체로,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옭아매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 재판을 보면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구속자들의 한결같은 자신감과 떳떳함, 신념에 찬 눈빛이었다. 결코 공안당국의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기 과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 정의로움의 눈빛이었다. 그래서 이번 재판의 결과를 낙관하고, 승리를 확신하게 되었다. 또 그것은 지난 촛불항쟁에서 우리 국민들 눈빛에서 보았던 그것과도 같았다.

재판이 끝나고 구속자의 가족들, 변호사들, 동료들이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이번 변호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재판에서 피고인들의 모두진술이 너무 훌륭했고, 좋았다. 우리 변호인단에게 정말 좋은 자극이 되었을 정도이다. 더욱 분발하겠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통일을 위해 나아가는 따뜻한 신뢰의 말들이 넘쳐났다.

옳은 신념은 언제나 모든 이들에게 기쁨과 낙관을 주는 것인가?
재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다시 조금 가벼워진다.

덧> 사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진술과 변호인측, 구속자들의 진술을 구체적으로 전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지면과 저의 능력상 어렵네요...
조만간 실천연대에서는 구속자들의 모두진술을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때 다시 한 번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실천연대 홈페이지-  http://www.615.or.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