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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리고 여가/책읽는사람들

보안수사대에서 노려본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몇해전 해묵은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보안수사대에 조사를 받으러 가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6.15공동선언을 실천하자는 활동에 올가미를 씌운 워낙 말도 안되는 사건이었는데 재판의 결과는 상당히 무거운 징역형 결과과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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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여러차례 조사를 받기 위해서 보안수사대로 출석을 했는데요. 오전9시경부터 저녁6시까지 온종일 조사를 받았습니다.

워낙 말도 안되는 부당한 탄압이었고, 공안당국의 수사에 손톱만큼도 협조할 생각이 없어서 일체의 묵비권을 행사했습니다.

사실 말하지 않고 하루종일 수사를 받는 다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요. 보수대는 상대의 자존심, 양심, 허위로 공격하면서 입을 열게 만들려고 별별 수작을 다 걸더군요. 아무튼 끝까지 말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고 수사를 마쳤던 기억이 납니다.



책소개 하는데 갑자기 국가보안법 수사 얘기를 해서 당황하셨겠는데요. 당시 수사를 받는 동안 책상위에 저는 오주석 선생님의 "한국의 미 특강"을 올려두었습니다.

수사받는 동안 신문이나 책을 읽어버리면 좋겠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는 동안 침묵 이외에 행동을 경찰도 용납하지 않고 제 입장에서도 그런식의 회피는 싫어서 말그대로 침묵만 했습니다.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몇가지 어려움은 상대 수사관이나 책상위만 응시하기 때문에 졸음이 밀려옵니다. ㅎㅎ 또 머리속에서 수사관의 질문을 기억하고 향후의 재판 대응을 구상하지만 사실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았구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때 정말 열정적으로 읽던 책 한국의 미 특강을 들고 갔습니다. 읽을수는 없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을 책상위에 올려두고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큰 힘과 위안이 되었으니까요.

한국의 미 특강은 현대화된 요즘 우리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그동안 교과서에서 중요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왜 중요한지 깊이를 모르던 그림들이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보입니다.

김홍도, 신윤복 등의 그림들이 어떤 아름다움과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지 책을 통해서 새롭게 인식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미 특강은 전문적인 미술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서 좋았습니다.

전문적인 용어와 해설보다는 작품에서 풍기는 정서와 운동성 등 누구나 알수 있는 내용으로 그만큼 감동도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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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으로 왜 수사를 받을때 이 책을 들고 갔느냐 하면요…

이 책의 표지는 유명한 민화 호랑이 그림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그냥 발랄한 호랑이 그림이네 정도의 이해였는데 이책을 읽고서 알게 된건 호랑이의 털 하나 하나를 김홍도가 섬세하게 묘사했고 그래서 생동감이 있는 그림이었다는 것입니다. 알고서 다시 보니 정말 호랑이의 생동감은 세밀한 묘사에 있었고 털 하나 하나가 섬세하고 살아있더라구요.

그래서 수사받을때 뭐냐구요?
책을 책상위에 올려두고 읽지는 못했지만 털을 하나 하나 셌습니다. 정말 많더군요...ㅋ
아마도 수만까지 세었던거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나네요.

수사를 받으며 그야말로 한국의 미를 실감했습니다.

그때 그 수사관은 제가 참 묵비권행사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ㅋㅋㅋ

여러분에게 국가보안법의 탄압이 없어야겠지만 뭔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때, 한국의 미를 알고 싶을때 꼭 권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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