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생활에서

서울 차 없는 날, 혁신해야 할 때



지난 해 서울 차 없는 날에 대한 글을 썼던게 생각난다.
차 없는 날로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자전거 한 차선의 날이 더 좋겠다는 취지의 글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던 기억이다.

올해 서울 차 없는 날 행사는 차량이 통제되는 저녁 6시를 40분 정도 남겨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종로에 나가 볼 수 있었다. 그것도 행사 답사를 위해 나갔으니 차 없는 날 행사 주 거리인 종로의 풍경을 제대로 담기는 어려웠다.

5시 20분이 되어서야 종로4가에 도착하여 세종로4거리까지 한바퀴 둘러보니 20여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아직은 어느 정도 도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행사 부스와 전용차로 차단막 등이 철거되어 버스와 자전거의 차선 구분은 없어진 상태였다.

30여분 남은 차 없는 날은 철거가 한창이다.



일단, 행사가 6시까지였는데 6시까지 내가 참여할 수 있는게 뭐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도로에는 승용차 없는 차도에 버스들의 세상이었고, 이따금 보이는 자전거들은 버스들의 질주를 피해 조심스럽게 제 갈길에 바쁜 모습이었다.

아직 철거를 마무리 하지 못한 행사 물품들이 도로 여기저기 널부러져있고, 6시가 얼마남지 않은 종로의 각 교차로들은 종로로 일찍 진입하기 위한 차량들의 경적과 고성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이미 인도로 벌써 올라가 버렸고, 자연스럽게 차도에 나서는 것이 이상하게 되어버린 상황이다. 아직 30여분 가까이 행사시간이 남았지만 말이다. 도로위의 사람이라면 취재를 위해 용감하게 카메라를 들고 차도 한 복판에 서있는 카메라 기자뿐이다.

이제 6시가 다가오니 도로에 남은 자전거는 거의 보이지 않고, 막바지 차 없는 도로를 달려보려는 자전거에게 갓길로 비키라는 관계자들의 지휘봉만 보인다.

이제 6시 나 또한 행사장의 주인공으로 더이상 남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차량들 틈바구니에서 다시 어렵사리 집으로 향한다.

종로를 피해온 많은 차량들로 집에 가는 길은 유난히 힘들었다.



돌아오는 길, 생각할수록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의문이 든다. 도대체 이 행사가 서울시민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 갔을지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환경보호의 소중함? 자전거 활성화? 보행자의 편의? 이런 행사를 한다는 자부심? 도대체 무엇이 남았을까? 아침부터 많은 불편을 감수했을 서울시민들은 불편의 감수로 어떤 귀중한 교훈을 얻었을까?

혹 이렇게 연례적으로 하는 행사들이 서로에게 불쾌감만을 주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유난히 차량들의 경적도 크게 들리고, 위협하는 듯 운전하는 차량에 겁에 질리는 건 그저 나의 과민반응일까?

연례적인 행사들이 그 시작의 신선함으로 많은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가 갈수록 더욱 발전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감동도, 교훈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혁신이 중요한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시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행사라면 더욱 혁신하고 혁신해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