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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615의 세상 이야기/사회와 여론 & 이슈

장자연,박연차,인공위성,재보궐한나라참패,돼지인플루엔자 그리고 노무현

노무현 검찰 출두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출근을 위해 알람을 맞춰둔 텔레비전은 이른 아침부터 봉하마을의 노무현 출발을 생중계하기 위해 헬기까지 동원한 입체 방송에 몰두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간 식당에서는 노무현의 이동 경로가 상세히 소개되고 있었고, 저녁을 앞둔 지금도 온통 언론의 관심은 검찰과 노무현의 입을 향해 있는 것 같다.
온 국민의 관심은 오직 소위 박연차 리스트로 불리는 노무현 정권의 권력 비리의 진실에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번 사건의 진실은 명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죄과가 있는 것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언론이 이토록 집중하고 모든 보도를 제쳐둘 만큼 이번 사건은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일까? 오히려 국민들의 정치혐오감만 키우는 것은 아닐까?

보통 대형 재난 사고의 경우도 이번 언론보도와 같은 입체적이고, 집중적인 보도가 이루어지곤 한다. 사건의 실체와 원인, 주변의 반응, 아름다운 미담 등을 담은 기사가 쉴새없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러한 보도의 경우는 단순한 시청률만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보도를 통해 순기능이 상당히 작용하기 때문에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사건 보도의 경우는 예상치 못한 경우의 일이 대다수이고 집중 보도 시기도 짧고 전체 뉴스에서의 비중도 다른 기사와 어느 정도는 안배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 노무현 검찰 출두 과정은 이미 사건의 내막과 경과가 근 한 달여간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가 되었고, 그 정점으로 노무현 출두가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언론의 보도도 그에 맞게 진실을 잘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마치 노무현과 함께 온 국민이 기상하여 함께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검찰에 출두하고 점심을 설렁탕을 먹는다는 둥 식사까지 조절하고 조사 받는 분위기도 속속 전하며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검찰에 들어서는 노무현(사진출처 민중의 소리)



국민들이 피곤하고 지치는 진짜 이유는 또 있다.

정말 알고 싶었던 정보와 사건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 때문이다. 우리 언론의 동네 축구같은 몰려다니는 풍토는 이미 다 아는 것이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장자연, 북한 인공위성, 한반도의 긴장문제, 남북관계의 현황, 재보궐 선거의 결과와 의미, 돼지 인플루엔자 등 아직 국민들에게 충격적이었던 사건의 실체가 하나도 규명되지도 제대로 보도되지도 못한 상황에서도 노무현 기사는 이것들을 온통 삼켜버린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도 함께 삼켜버린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이야 노무현 정권에게 있는 것이리라, 그렇지만 이를 지금에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언론 스스로가 자신들의 지면과 영상을 보면 느낄 것이다.

사실 오죽하면 뉴스의 뒷얘기를 하는 뉴스 교양 프로가 따로 생기고, 인터넷 언론에도 한계를 느낀 네티즌들이 블로거들의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어제는 용산참사 100일을 맞는 날이었고,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해 장례조차 치루지 못한 유가족이 피눈물을 흘리며 추모제를 치룬 날이었다. 재보궐 선거에서 조승수 만큼이나 큰 성공을 거둔 민주노동당의 민주당 압승 선거결과가 있기도 했고, 북한에서는 더이상 제재는 용납할 수 없다며 유엔의 즉각 사죄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가 발표되기도 했다.

용산참사 100일 범국민 추모제에서 발언하는 유가족



노무현의 검찰 출두도 물론 국민적 관심사이고 비중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정권의 청렴도와 기준을 더욱 새롭게 세우고 현 정권에게도 경종을 줄 수 있는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보도에만 집중하는 사이 때를 놓치고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힘없는 사람들의 많은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결국 제2의 용산참사와 같은 사건이 나고서야 우리는 다시 깨우치게 될 것이다.

진정 피흘리는 것은 검찰 조사실의 노무현이 아니라 망루의 국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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