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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615의 세상 이야기/사회와 여론 & 이슈

아~조선일보의 군포살인범 얼굴공개 우려스럽다

조선일보가 오늘 군포살인범 강**의 얼굴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부녀자 7명의 미소를 앗아간 살인미소'라는 매우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송고했다.

어느 국민이나 이번 군포연쇄 살인범의 범행에 분노하고 속되게 쳐 죽여도 시원치 않을 판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당연한 여론이고 여전히 인간의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현실이 한 편으로 안도감이 들기도 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논쟁은 엉뚱한 곳에서 터져버렸다.
바로 범인의 얼굴을 공개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최근에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 당연히 피의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이 아마도 경찰관 직무규칙에 초상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로 해서 최근에는 사회적인 합의를 거치며 언론에서도 이를 상당히 준수해 왔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을 두고 국민 여론이 범인의 얼굴 공개와 비공개 사이에서 팽팽한 틈을 타고 들어가 얼굴 공개를 하는 전격적인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사진출처-오마이뉴스(연합뉴스 신영근)

조선일보가 얼굴을 공개하기까지 내보낸 기사를 보면 대다수 자극적이고, 사건의 세부를 국민들에게 마치 영상으로 보여주는 듯한 기사를 통해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이것의 결말이 바로 얼굴공개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쩌면 지금 많은 언론들의 보도 행태가 거의 비슷한 것을 보면 모든 언론에서 범인의 얼굴과 세부적인 신상까지 다루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지 모르겠다.

내가 우려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먼저 가장 우려가 되는 아무런 해법 제시 또는 원인규명도 제대로 없는 언론의 보도 행태는 결국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보도만을 남긴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대다수 언론은 사건의 원인과 방지를 위한 심층적인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살인의 현장을 미세하게 보여주기 식을 통해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 태반이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살인의 추억' 영화만으로도 족하다.

다음으로 우려되는 것은 그의 남겨진 사람들이다.
나는 그의 가족이 어떤 사람들인지, 지금 심정이 어떠한지 전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당연히 그들의 잘못도 아니고 그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제 얼굴과 신상이 낱낱이 공개된다면 이 범인의 남겨진 사람들은 어떠한 시련을 겪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과연 언론과 우리가 그들의 인생까지 전부 책임질 수 있는가. 단지 공공의 안전이라는 이름아래 다른 남겨진 이들의 인생을 책임지지도 못할 상황으로 몰아가도 되는 것인가.

얼굴이 공개되면 범죄 예방 효과가 클것이란 논리부터, 반인륜범죄에 인권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논리까지 범인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름 논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얼굴을 공개한 여러 나라의 범죄율이 낮아졌는가! 반인륜범죄자 한 사람만의 인권만 생각하고 그들과 연계된 가족등 다양한 사회적 인간관계속의 인권은 무시되어도 되는 것인가.

수배자의 얼굴도 공개되고, 연예인의 범죄도 이미 공개되고, 특히 정치인의 그것은 낱낱이 모든 것이 드러나는 조건에서 거의 확실한 범죄자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는 것에 많은 우려를 하는 것을 이해 하면서도 한편으로 드는 우려는 어찌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이번 사건을 두고 언론이 범죄의 예방을 위한 사회적 과제와 방법들에 대해서 연구하고 보도했더라면 더 생산적인 논쟁을 하지 않았겠는지...결국 공개된 얼굴을 보고 우리에게 남은게 무엇인지...이제 얼굴이 공개되었으니 지금부터라도 이번 사건을 통해 이런 범죄가 생기게 되는 원인과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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