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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615의 세상 이야기/사회와 여론 & 이슈

'합리'와 '실용'이라는 이름의 낡은정치가 국민을 울린다

국회는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국회가 민의의 전당으로, 국민을 위한 터전으로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2008년 연말과 2009년초 국민들은 국회를 주목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민생이라는 가면을 쓴 악법을 과연 야당과 언론노조, 촛불의 힘이 막아낼 것인지 주목했을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한나라당 법안의 통과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소위 개혁법안에 반대했다.

국가정보기관의 권능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사회공공성을 철저히 파괴하는 법안을 어느 국민이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심지어 복면금지법으로 불리는 유아적 발상의 집시법 개정안에 이르러서는 이 정부와 한나라당이 바라는 사회상이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나타나니 국민들은 반대할 수 밖에 없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언론노조는 국회 본회의장 점거와 파업투쟁으로 결사적인 악법저지 투쟁에 나섰다. 자신들의 신념과 목숨을 걸고라고 악법을 저지하겠다며 국회앞에 모인 떨리는 촛불들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으며 국민들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연말 각종 시상식장의 무대에선 연예인까지 파업을 지지하며 악법을 반대했다.

국회앞 촛불집회를 위해 모인 시민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법안상정조차 막히자 연일 보수언론과 함께 점거를 의회폭력으로 매도했고, 막바지에는 국회경위들을 총동원하여 무자비하게 농성을 해산시키기까지 하였다. 결국 극한 폭력적 대치 상황에서 여야간 타협점이 생겼다. 마치 극한의 대치 이후에 당연히 찾아올 수순처럼 자연스럽게 타협을 위한 협상이 재개되었다. 주관적이지만 내가 보기엔 결코 시간에 쫒긴 한나라당의 궁여지책으로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동당만이 국회본회의장 앞을 지키는 사이 소위 교섭단체대표(소위라고 한것은 교섭단체라는 것 자체가 그 기준이 모호하고 원내진출을 하고 있는 군소정당과 무소속의원들의 의정참여를 제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들은 법적근거가 있다고 하겠지만...)들은 회담을 통해서 극접 합의를 이루었다.

극적합의의 내용이라는 것은 사실 별것이 없다. 여야 합의처리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그 시기와 방식에서 법안별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합의가 안되면 어쩐단 말이냐...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민주당의 옥쇄투쟁이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민주당의 로텐더회군을 비난하기도 한다. 민주노동당이 홀로 지키던 국회본회의장 입구는 역시나 민주당 빠진 상황에서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언론노조는 파업을 일시 보류했고, 민주당은 기껏 한달도 안되는 시간을 벌어낸것에 자화자찬하며 본회의장 농성도 해산하고, 대화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당연히 언론에서는 이 불확실하고 모호한 합의를 우려하는 말과 해법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이미 한나라당의 의회독재에 대한 두려움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시점에서 나는 민주노동당이 보여준 마지막 저항에 주목하고 싶다.

민주노동당의 마지막 저항에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은 의회폭력이라며 강기갑의원을 표적으로 하여 대대적인 공세를 벌이고 있다. 강기갑의원의 의원직 박탈까지 목표로 하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반응이다. 인테넷에서는 강기갑의원의 저항에 연일 격려와 박수, 통쾌함을 표시하고 있다. 소위 개혁적이라는 주류 언론에서조차 이미 합의와 협상에 전도된 나머지 민주노동당의 저항은 보도를 꺼리는 느낌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일만큼 강기갑의원의 저항에 열광하고 있다.

왜일까?
한나라당의 독주에 협상과 타협은 그리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 아닐까? 물론 의회에서 막무가내 폭력을 휘둘러서야 안되겠지만 울분의 표출과 폭력은 응당 다르기에 민주노동당의 행위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것 아니겠는가.

이제 18대 국회는 합리와 실용이라는 간판아래 대화국면, 협상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대화국면, 협상국면의 알맹이가 되어야 할 법안의 수정 및 폐기에 대한 합의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대화와 협상, 여야합의라는 전제가 있을 뿐이다.

낡은 정치라는 것이 별다른 것이겠는가. 체면차리기, 명분살리기, 당리당략에 국민의 진심을 전하지도 못하고, 국민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지키지도 못하는 구태를 답습하는 우리 국회의 현주소는 지금 합리와 실용, 협상이라는 이름아래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과연 이 상태로 2월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또 어떤명분싸움에 몰두할지...민주노동당의 열정에 가득찬 저항이 그래서 빛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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