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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615의 세상 이야기/동네 방네 이야기

어느 젊은 통일운동가의 출판기념회

어느 젊은 통일운동가가 있습니다. 그는 여성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고, 누구보다 통일에 앞장서서 일한 남편은 긴 수배끝에 지금은 감옥에 있는 그런 여성 통일운동가 입니다.

한때는 한총련 방북대표로 평양과 북녘땅 곳곳을 방문하고 겨레의 염원을 이으려 누구보다 헌신한 그런 여성입니다. 돌아와서는 빨갱이년 소리도 들으며 감옥살이도 꽤나 했던 여성입니다.

남편이 수배중일때 사랑이 꽃피어 건강한 남편을 두고도 혼자서 두 아이를 낳아야 했던 그런 운동가입니다.

둘째 아이를 낳을 때는 기막히게도 평양이었습니다.

평양의 격정 때문인지 빨리 찾아온 진통에 평양산원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야말로 민족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아이, 통일둥이를 낳은 엄마입니다.

바로 황선입니다.

황선



그녀가 그동안 자신의 경험과 격정을 담은 아담하지만 깊고 맑은 샘물같은, 때론 바위를 부수는 파도와 같은 시들을 지어 책으로 엮었습니다.

어쩌면 별 보잘것도 없는 그런 시집이요, 책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녀의 삶은 짧게나마 미리 적은 것은 미처 놓쳐벌리지도 모를 그녀의 마음속 깊은 통일열정이 책속에 고스란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수줍은 출판기념회는 작은 시낭송회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녀의 출판을 축하해주었습니다. 저도 마음이라도 보태고 돌아왔습니다.

참, 그녀의 책 제목은 [6.15시대 서정시와 풍경화 '끝을 알지'] 입니다. 도서출판615에서 출판한 가을 분위기 꽤나 나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시집에서 마음에 들었던 시 한편 옮깁니다.

<사랑니>

왼쪽 윗 어금니.
나이 서른
십년 만에 움틀 거리는 사랑니

사랑니 돋는 아픔이 처음처럼 생경하듯, 사람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도 모두 처음 같은 것 투성이다.
일상처럼 여겨지지 않는 감옥살이가 그렇고
열 번도 넘게 다녀온 법정도 그렇고

투쟁도 그렇고
사람 사랑하는 일도 그렇지

네 개의 사랑니가 깨우쳐주는 건 그거다.
'같은 이름이라고 같은 무게는 아니다.
세상살이에
능란해 질 거라 믿지 마라'

- 2002.1.9 서울구치소 -


출판기념회 및 시낭송회 사진을 조금 담았습니다.

마당극패 '걸판'의 흥겨운 공연장면


감옥에 있는 한상렬 목사님의 글을 대독하고 있습니다.



시낭송회에 함께 참여하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백기완 선생님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백기와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시며 시는 짓는게 아니라 콸콸 솟아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민족시인 보다 해방시인이란 말이 더 좋지 않느냐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참 공감가는 말씀이었습니다.

농민시인 정설교


진관스님


촛불집회때 꼭 낭송하고 싶어셨다는 시를 이제서야 낭송하게 되었다며 기쁘게 낭송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작은 아이가 평양에서 태어난 겨레입니다. 아빠가 없는 것이 아프지만 꼭 행복한 가정이 되리라 확신하고 바랍니다.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

동영상도 좀 찍어봤습니다. 소리를 구분하기 어려운데 그래도 잘 들어보면 들립니다.^^;


한 초등학생의 시낭송 시간도 있었습니다. 제목은 '느림보'



작은 자리였지만 큰 감동이 있는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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