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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615의 세상 이야기/사회와 여론 & 이슈

[펌]감옥으로부터의 온 칼럼-MB의 막말과 안보위기

실천연대 최한욱 집행위원장

처음으로 다른 분의 글을 퍼와봅니다.
기사 인용등은 많이 했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퍼오기는 처음인것 같습니다.

그만큼 글에 크게 공감했고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칼럼은 최근 국정원에의해 국가보안법으로 연행되어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중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최한욱 집행위원장이 감옥에서 실천연대에 보낸온 글입니다.

실천연대 홈페이지에 게재되어있는 글을 옮겨왔습니다.

--------------------------------칼럼 전문---------------------------------------

안녕 하세요.


이형 아니 김형 이던가?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아무튼 반갑습니다.

벌써 한 달이 넘었군요. 시간이 쏜 살 같습니다. 어느새 늦가을의 청취가 완연합니다. 오늘은 하늘빛이 참 유난하군요. 이런 걸 쪽 빛 이라고 하나요. 예전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이란 노랫말이 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인가 봅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막막한 푸른빛에 눈이 저릴 듯 합니다. 한 평짜리 독방에 앉아 무슨 흥으로 가을타령 이냐구요? 그런 말씀 마세요. 창 살 안에도 생활이 있고 가을도 있습니다. 어느 식민지의 시인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한탄했지만 감옥에는 확실히 가을이 옵니다. 괜한 걱정이 민망할 정도로 보란 듯이 가을이 옵니다. 그 뒤엔 겨울도 오고 머지않아 그 봄도 오겠지요. 사람의 감정이 계절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감옥에 찾아온 눈부신 가을을 야속해 할지도 모릅니다. 여기선 가을을 볼 순 있지만 느낄 수도, 만질 수도, 숨 쉴 수도 없으니까요. 이곳에는 가장 아름다운 것들이 가장 잔인해지는 역설이 지배합니다. 그래도 저는 조금도 야속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올 가을이 더 깊고, 푸르고, 잔인할 만큼 야속하게 아름다웠으면 합니다. 어느 해보다 더 붉고 선명하게 타오르길 원합니다. 그 놈들 보란 듯이 가을의 건재를 더 뚜렷하게 입증해 주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뒤죽박죽으로 흘러도 계절은 바뀌고 역사는 물 흐르듯 갈 길을 간다는 것을 입증해 주기를... 어줍지 않은 가을 타령은 그만 접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오늘부터 가끔씩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몇 자 적어 보낼까 합니다. 독방 신세에 주제 넘는 짓 이라구요? 천만에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도 보일 건 다 보이고 들릴 건 다 들리니까요.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더 뚜렷하고 정확하게 볼 수도 있습니다. 마치 현미경으로  피사체를 보듯이. 우물 안의 개구리란 말이 있지요. 식견이 좁은 사람 또는 처지를 말하지요. 하지만 때로는 우물 안에서 세상을 볼 필요도 있습니다. 우물 밖의 세상은 너무 번잡하고 소란스러워 종종 본질을 놓치게 쉬우니까요. 반면 우물 안에서는 많은 것을 볼 수는 없지만 일단 시야에 들어온 피사체는 질리도록 주시하게 됩니다. 이 곳에서 가장 흔한 것은 시간과 인내심이니까요.


요즘 한 뼘 식구통 밖으로 본 세상은 너무 위태롭습니다. 눈을 감고 고속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듯 합니다. 주가 몇 포인트, 환율 몇 푼에 살고 죽는 세상. 온 나라가 우울증에 걸린 듯 합니다. 이럴 땐 오히려 제 팔자가 상팔자군요. 인생사 새옹지마 입니다.


시간마저 멈춰 버린 듯 적막한 우물 속에서 우울증 걸린 세상을 보고 있으니 이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자본주의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복잡하게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고 미치도록 만듭니다. 특히 가진 것 없는 우리와 같이 평범한 이들은 그들의 시체까지도 쥐어짭니다. 심지어 죽을 권리까지도 강탈합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미래가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그 자명한 진실을 더 선명하게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물의 지혜 덕분이지요. 때론 우물 속에서 세상을 볼 필요도 있습니다.


첫 번째 편지라 사설이 길었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독방병입니다. 오늘은 대통령에 대해 한 마디 할려고 합니다. 2MB 말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등장할 인물입니다.


몇 일 전 신문에서 MB가 외교․통일․국방장관을 앉혀 놓고 ‘북한이 내 욕을 하는데 왜 가만히 있냐’고 질타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아무리 2MB라도 설마 공식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을까? 이건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라 조폭의 언어이니까요. 흥분해서 기사를 마저 읽어보니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발언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는군요.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아직은 진위를 알 수 없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대통령이 장관들을 모아놓고 뒷골목 건달 두목이나 할 소릴 지껄였다면 그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국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지요. 자길 욕하니 보복을 하라. 대부나 스카페이스 같은 헐리웃 범죄 영화에서나 나올 저질 대사입니다.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라 건달의 언어이고 성숙한 어른의 언어가 아니라 유치한 초등학생의 언어입니다. 아니 초등학생도 그렇게 놀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아니라니까 다행이지요.


그런데 영 뒷 맛이 찝찝합니다.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이 왠지 저에겐 완곡한 부인이 아니라 시인으로 들립니다. 그동안 MB가 자신을 욕했던 사람들을 어떻게 했습니까? 이 곳에 오시면 그 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이 곳에는 MB를 욕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보복의 정치. 그것이 MB 정치의 핵심입니다. 게다가 지난 10개월 동안 남북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복기해 보면 심증은 더욱 굳어집니다.


지난 3월 이후 MB에 대한 북한의 언급은 말 그대로 막말 퍼레이드였습니다. 죄다 자업자득이지만 때론 제가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역도’-반역의 무리. 장미란의 금메달 종목이 아닙니다-, ‘괴뢰’-미국의 꼭두각시라는 뜻-, ‘역적’-해설이 필요없지요-, ‘패당’-뒷골목 깡패들을 일컫는 말 같지요. 어감이-등등. 솔직히 격조 높은 언어들은 아닙니다. 속좁은 MB가 삐질만도 하지요. 그런데 이런 상황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후보 때부터 ‘비핵개방 3000’같은 시덥지 않은 소설을 늘어 놓더니 합참의장은 선제타격하겠다고 으르렁 거리며 연일 불장난입니다. 햇볕 정책하다가 우리가 옷 벗었다고 죽는 소릴하더니 10.4 선언은 돈이 많이 들어서 못 하겠답니다. 심지어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쪽의 위협에 굴복할 잘못된 대응’이라며 부시에게 훈수까지 둡니다. 완전히 정신줄 놓았습니다. 요즘엔 분수도 모르고 유엔에 북한 인권 결의안을 앞장서 통과시킨다는군요. 북한 인권 타령하기 전에 이 곳에나 한번 와 보시지요. 감히 인권이란 말이 나오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지요.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북한 입니까? 누군가 북한을 ‘언어 폭력의 귀재’라고 했는데 제가 보기에도 북한은 언어 폭력 만큼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 나라입니다. 부시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북한은 ‘우리는 결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과거의 경험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언행일치’를 매우 중요시 하는 국가입니다. 그들의 말은 어느 시점에도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북한의 언급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난 10월 12일 노동신문은 MB 정부처럼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에 환장이 되어 무엄하게 날뛰는 역적 무리들은 있어본 적이 없다’며 남북관계의 ‘전면차단을 포함한 중대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 하였습니다. 10월 28일에는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 명의로 남측의 삐라살포 중단을 요구하면서 MB 정부의 ‘모략여론전이 계속’된다면 인민군의 ‘단호한 실천행동이 뒤 따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또한 남측의 선제타격에 대해 ‘우리 식의 앞선 선제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그때는 ‘불바다’정도가 아니라 ‘반통일적인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고 그 위에 ‘자주적인 통일 조국’을 세우겠답니다. 어마어마한 말들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언어폭력’이 거의 정점에 도달한 듯 합니다. 94년에는 ‘불바다’ 한마디로 ‘라면 사재기’사태가 벌어 졌는데 지금은 ‘잿더미’를 만들겠답니다. 밖에 라면이 다 동 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군요. 어떻게 하루 아침에 이지경이 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MB는 10년 공든 탑을 단 10개월만에 ‘잿더미’로 만드는군요.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지요.


이제 말은 갈 때까지 간 것 같군요. 남은 것 행동 뿐 입니다. 그 행동이 무엇인지는 북한군이 이미 다 알려줬군요.


이명박 정부는 한 마디로 ‘위기의 정부’입니다. 민주주의 위기로 첫 발을 떼더니 금융위기, 경제위기를 거쳐 이제 안보위기로 힘차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단 10개월 만에 ‘위기의 3종 세트를 모두 선보였으니 진정 ’위기의 달인‘이라고 해야 할까요?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를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 즉 민주주의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안보를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것 입니다. 안보는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생존이 직결된 문제이니까요. 그런데 2MB는 이 중요한 문제를 건달들의 ‘나와바리’ 싸움 정도로 생각한 듯 합니다. 때문에 조폭의 언어가 무심결에 터져 나온 것이겠지요. 정말 살기 겁나는 시절입니다. 조만간 이 정부가 큰일을 또 치지 싶습니다. 그러면 삼진인데. 아웃인가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2MB 시대를 사는 지혜 한 가지 알려 드리면서 오늘은 이만 줄일까 합니다. ‘아는게 병이고 모르는게 약이다.’ 알면 무서워서 절대 못 삽니다. 그럼 다음에 뵙지요. 그때까지 제발 아무일도 없기를... 그가 아무일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



2008. 11. 5 청계산에서


추신 : 편지를 붙이려는데 이 양반이 또 재미있는 말을 했네요. “오바마와 난 닮은 꼴”이다. 이 자는 우리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 분명 합니다. 아니라면 이건 너무 잔인한 저주 입니다.

 


※ 이명박 정부의 공안탄압에 의해 감옥에 수감중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최한욱 집행위원장이 보내온 칼럼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홈페이지를 통해 최한욱 집행위원장의 칼럼을 싣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최한욱 집행위원장에 대한 관심과 지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글을 읽다보면 인터넷 방송에서 보여주던 그의 말투와 재치가 보여서 그런지 참 반가운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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