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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리고 여가/책읽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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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아픈 삶을 위로하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달리기 이전에 소설이 처음 세상이 막 나왔을때 우연히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10여년전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때는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구요. 그저 독특하다 정도의 느낌만 남아 있었던거 같습니다. 심지어 지난 해 이 책을 다시 사서 읽기 시작할때도 이 책을 처음 읽는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10여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나이가 더 들고 나서, 정확하게는 경험과 삶의 환경이 많이 변화한 지금에 읽으면서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은 전혀 다른 소설이 되어서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새벽녁에 혼자 눈물을 훔쳤으니까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리고 이 책을 읽게될 많은 예비 독자는 대체로 특별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주인공을 이해하기 위해서 소설에 많은 시간을 들였을거 같아요. 하지..
별을 스치는 바람, 윤동주를 스치는 바람... 재미있는 소설을 원하나요? 그럼 이 소설을 읽으세요. 잡으면 놓기 어려운 책을 찾고 있다면 바로 이 소설입니다. 재미와 함께 감동과 무언가 모를 뿌듯함도 원하나요? 그럼 이 소설을 읽으면 됩니다. 평소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진짜 재밌게 봤다면 그런 분에겐 이 소설이 어쩌면 그동안 읽은 소설중 가장 재밌는 소설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작가가 바로 그 작가거든요^^ 이정명. 재미도 재미였지만 소설을 읽으며 저는 글을 쓴다는 것의 무게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글이, 문장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특히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를 생각하는 사람의 글쓰기는 얼마나 치열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이었지만... '스기야마 도잔'의 변화가 '히라누..
한양도성 걸어서 한바퀴, 적폐청산에 나선 문재인 정부에 권하고 싶다. 한 때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입문서처럼 대유행을 했던때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양도성 걸어서 한바퀴'는 그에 못지 않은 한양도성 답사기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책의 촛점은 많이 다릅니다. '한양도성 걸어서 한바퀴'는 한양도성을 따라 걸으며 펼쳐지는 우리 역사의 중요한 장면들이 쉴틈 없이 펼쳐지는 책이고 문화유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가치 보다는 역사적 배경과 의의, 시사점 등을 주고 있어서 차이가 있고 그 차이점이 매우 유익했습니다. 그래서 역사 공부가 따분하고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이것이 찌질함의 끝판왕? 천명관 작가님 소설은 그야말로 톡톡튀는 이야기 전개가 맛깔나는 소설이 많은데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고 영화로도 제작된 고령화 가족이 아마 대표적일것 같아요. 뭐랄까 진짜 소설 같은 소설이랄까요? ㅎㅎ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의 다음 장편 소설이 기다려는 작가들이 있는데요. 천명관 작가는 저에게는 그런 작가중 한 명입니다. ​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려 읽은 소설이 바로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입니다. 허풍, 허접, 찌질, 꼴깞, 진상... 이런 단어를 연상시키는 소설인데요. 그게 바로 남자의 세상이라고 하니...ㅋ(소설을 읽어보면 부정할수가 없어요...ㅠㅠ) 뒷골목 남자의 세계를 맛깔나게 그렸는데요. 아주 그냥 막가는 인생들의 얘기라서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은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코믹..
이정희, 다시 시작하는 대화… 역시 내 마음같은 그녀 이정희의 진심을 읽는다. 우선 책 제목입니다. "이정희, 다시 시작하는 대화 새로운 시대, 동행을 위하여 정치적 현실주의를 넘어, 근본을 지향하는 진보적 상상력" 다시 시작하는 대화가 주된 제목이겠지만 제목에 많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알지만 제목에 그녀가 하고 싶은 모든 내용이 암시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미 발간된 "진보를 복기하다 : 버리기 아까운 진보정책 11가지"를 읽었기에 이번 책도 그 연장선에 있는 책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새롭거나 큰 메세지가 있을거란 기대는 별로 없이, 그저 내가 너무나 존경하는 분의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습니다. ​ 그리고 이 책이 발간될 시점에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가 출연하여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한 없는 반성의 이야기를..
깜짝놀란 중국SF소설 삼체! 평소에 SF소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요. 동생이 권해주어서 읽어보게되었습니다. 소설작가인 동생은 그다지 재미가 없고 어렵다며 툭 던져주었는데요. 워낙 생소한 중국SF라는 장르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뭔일인가요... 저는 진짜 재밌는겁니다.ㅎㅎㅎ ​ 초반부터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게 취향에 맞더라구요. 물론 천체 물리학 등의 과학용어와 중국의 문화대혁명 역사에 대해서 좀 지식이 있었더라면 더 재미있게 봤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는 했지만요... 소설 삼체는 인류와 새로운 우주 문명과의 접촉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유사한 영화가 여럿 있었지만 삼체처럼 역사와 과학이 해박하게 담긴건 못봤던거 같습니다. 특히 소설속에 중심을 이루는 세명의 주인공..
보안수사대에서 노려본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몇해전 해묵은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보안수사대에 조사를 받으러 가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6.15공동선언을 실천하자는 활동에 올가미를 씌운 워낙 말도 안되는 사건이었는데 재판의 결과는 상당히 무거운 징역형 결과과 나왔습니다.) ​​ 그때 여러차례 조사를 받기 위해서 보안수사대로 출석을 했는데요. 오전9시경부터 저녁6시까지 온종일 조사를 받았습니다. 워낙 말도 안되는 부당한 탄압이었고, 공안당국의 수사에 손톱만큼도 협조할 생각이 없어서 일체의 묵비권을 행사했습니다. 사실 말하지 않고 하루종일 수사를 받는 다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요. 보수대는 상대의 자존심, 양심, 허위로 공격하면서 입을 열게 만들려고 별별 수작을 다 걸더군요. 아무튼 끝까지 말하지 않고 묵..
7년의 밤, 28 그리고 종의 기원... 악의 연대기 정유정의 장편소설 은 영화화가 이야기 될 정도로 몰입도가 굉장한 소설이었습니다.7년의 밤을 읽고 나서 정유정이라는 작가에 대한 기대는 정말 커졌고, 그녀가 이어서 내놓은 소설 도 상당히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28의 경우는 아마도 영화 감기, 최근의 메르스 사태 등과 매우 많은 교차점을 보여주기도 해서 소설이 주는 흥미가 정말 컸던거 같네요.작가의 글쓰기에 기대가 컸기 때문에 그녀가 히말라야에 다녀온 여행기를 책으로 냈을때도 정말 재밌게 그녀의 글을 읽었습니다.그녀의 글에는 최근 젊은 작가들에게서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글의 생기(?)같은게 느껴지거든요.바로 옆에서 주인공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인물속에서 들끓는 감정의 소용돌이 같은게 정말 생생하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거 같아요.당연히 도 큰 기대감..
촛불광장에서 가슴을 울린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광주항쟁의 역사와 희생자들의 그 깊은 아픔을 마음속 깊이에서 끌어안고 내놓았기에 큰 울림이 있었던거 같습니다. 읽는 내내 무언가 명치끝에 크게 걸린듯 마음을 불편하게 했지만 그건 아직 우리가 그 역사를 온전히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그나마 촛불의 광장에 나가 명치끝에 걸린 뭔가가 조금은 내려가는 듯도 하나 여전히 아픔은 쉽게 가시지 않네요. 여러 소설을 읽어 보지만 글과 전개가 잔잔한데도 글이 마음으로 들어와 이렇게 폭발하는 소설은 흔치 않았던거 같아요.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넘실대는 촛불 광장의 그 거대한 물결에 함께 오르내리다 보면 정말 멀미가 날 정도로 가슴이 설레고 뛰죠. 세상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1천만이 넘는 민주주의 촛불의 장엄..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헬렌 니어링에 빠지다. 2011년도 벌써 상반기가 거의 다 지나고 있습니다. 곧 초여름의 더위까지 기승을 부릴 차비를 하고 있으니 시간이 정말 빠르긴 빠릅니다. 이즈음에서 책 한 권 권해드리고 싶네요. 아마 올 여름을 슬기롭고 즐겁게 이겨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하는 책 한 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헬렌 니어링의 라는 책입니다. 올해 현재까지 읽은 그 어느 책보다 애정이가고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책은 서두에서부터 헬렌이 자신을 내세우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3인칭화하는 글쓰기 등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원래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는데(대개는 그렇지만요...) 민주노동당 이정희 당대표의 한겨레 인터뷰 기사에서 이 책이 언급되었길래 한 번 사서 보게 되었습니다. 헬렌 니어링은 스코트 니어링의 아내이자, 동지이고..
미나토가나에의 '고백' ; 사춘기가 감당하기엔 힘든 기억들... 미나토가나에의 소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접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이 소설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구요. 한 중학교 교실에서 벌어진,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선생과 학생들의 고백으로 이 소설은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를 파헤치며 파국으로 이야기를 끌고갑니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어떻게 세워져야 하는지 소설에서 묻습니다. 더불어 현실에서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청소년 범죄에 대체로 관대한 처분이 내려지는 것에 대해서 아마도 작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질문도 함께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소설 은 이런 사회적 문제와 함께 한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관계된 여러 인물의 심리변화와 당사자들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도를 통해서 독자들의 고백까..
하루키의 1Q84가 묻다. 당신은 지금 어느 곳, 누구와 사는지 알고 있나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이미 상당한 부수가 한국에서 팔렸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의 대학시절에도 큰 영향을 준 작가중 하나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하기에 "남들 다 읽는 소설 나도 좀 읽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역시 하루키였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고,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켜갔다. 하루키의 1Q84는 2천여 쪽에 이르는 긴 소설임에도 작품의 흡입력은 대단했다. 주인공 남녀의 다른 공간, 다른 삶을 결국 하나로 이어가는 그의 주제의식과 문장력, 구성은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할 정도의 완성도가 느껴졌다.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도 있고 여기서 그 내용을 굳이 다 말해봐야 그다지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그저 소설을 읽으며 나에게 던져진 질문 하나를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