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그리고 여가/책읽는사람들

쿠바에 다녀온 1박2일 멤버에게 권하고 싶은 책 김영하의 '검은 꽃'

작가의 의도 다소 다를지몰라도

나라 잃은족의 서러움을 생각합니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2010년에 나온 소설인데요.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소재로 다루었던 멕시코 에네켄 농장으로 팔려간 조선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천여명의 조선인들이 조선말 어지러운 상황에서 멕시코 농장으로 팔려가는 과정과 태평양을 건너 멕시코 농장에서 사투를 벌여가며 생존해 나가는 이야기를 역사적 배경과 함께 담은 소설입니다.


시종일관 어둡고 불운한 이야기가 계속되는 소설 속에서 비참한 삶의 단면을 여과 없이 그려내고 있는데요. 소설을 읽는 내내 그들과 함께 에네켄 가시에 찔리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은 강한 생명력을 현실적으로 펼쳐보이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다소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소설 곳곳에 담겨있는 역사적 사실을 따라가다 보면 척박한 삶 속에서도 민족적 정서와 문화를 지키려 하고, 공동체를 갈구하는 민족의 모습이 담겨있기도 했습니다. 일부는 멕시코를 떠나 쿠바까지 이르러 남미의 여러 혁명에까지 이르는 선조들의 삶을 보면 삶이란 순간 순간 고통스럽지만 또 다른 편에서 위대함을 낳고 있다는 생각에 숙연지기도 합니다.


(최근에 하얀색 표지의 양장본으로 새로 나와서 좋았습니다.)


얼마전 KBS예능 1박2일에서 특집으로 쿠바를 방문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거기서 다룬 내용이 바로 멕시코로 팔려간 조선인 노동자들이 에네켄 농장을 거쳐 쿠바까지 이르른 삶의 과정도 잠시 나와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이번 1박2일 방송을 통해서 처음 멕시코 조선인 이민 역사를 접한 분들이라면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을 읽어보신다면 정말 더 풍부한 경험이 되실 것 같습니다.


역사책으로 보는 것과는 또다른 감동을 얻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래는 늘 그렇듯 책 속의 인상적인 대목들입니다.


********** 


죽음이 그저 죽음에 불과하다

시인은 어떻게 될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잠든 사물은 어떻게 될까?

_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가을의 노래]중에서

 

 데리고 전국을 주유하 보부상은 그렇게 가르쳤다. 누가 먹을 것을 주거 백을 세고 먹어라. 그리고 누가 네가 가 것을 사려고 하거  머릿속에 떠오 값의  배 말해라. 그러 누구도 너 멸시하지 않는다. 소년은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그 일이 별로 없었다먹을 것을 주 이도 없었고 가 것을 사겠다는 자도 없었다.

 

저기, 나 안돌아가려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배에 올라탄 이래로 그같은 말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그까 나라, 해 것이 무엇이 있다고 돌아가겠는가. 어려서 굶기고 철드니 때리고  만하니 내치지 않았나. 위로 되놈에, 로스케 등쌀에 아래로 왜놈들 군홧발에 이리 맞고 저리 굽 나라 백성들한텐 동지섣달 찬서리마냥 모질고 남의 나라 군대엔 오뉴 개처 비실비밸도 없고 줏대도 없는 그놈의 나라, 나 결코  돌아가려네.

 

그는 이미 농장주처럼 사고하고 양반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일하기 싫어하고 명령하기는 좋아하며, 자기보다 약한 자들을 때리고 멸시하기 밥먹듯이 하였다. 그러나 힘센 자에 지체없이 고개 숙였다.

 

그런데 갑자기 영롱한 셀라야의 종소리가 그 흔들어 놓은 것이다총탄이 오가 종탑 아래에서 그 춘추쿠밀 농장의 불꽃 모 아치 연수의 뜨거 몸을 떠올렸다.

 

쟁을 거치며 의미 없는 살인을 저지 사내 얼굴엔  어떤 돌이킬  없는 어둠이 깃든다는 것을 이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

 

이정의 논리는 어려웠다. 그들을 설득한  논리가 아니라 열정이었다. 그리고  열정은 기묘 것이었다. 그것은 무엇이 되고자 하 것이 아니라 되지 않고자 하 것이었다.

 

 속으로 그 시체가 떨어졌다병사들이 죽은 자 품을 뒤졌다. 그 품에서는 손만 대 찢어질  같은 낡고 바 증명서  장이 발견되었다 문서엔 ‘전라도 위도 28 박광수’라는 한자 대한제국의 관인이 희미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문자 해독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