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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리고 여가/책읽는사람들

망국의 한도 뛰어 넘는 강렬한 삶의 힘, 김영하 '검은 꽃'

최근에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소설과 영화, 예능 출연 등으로 더 유명해진 소설가 김영하 작가의 2004년 장편소설입니다.


'검은 꽃'은 구한말 멕시코 농장으로 팔려간 조선인들의 삶을 다룬 소설입니다. 멕시코 에네켄 농장에서 노예와 다름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그들의 삶을 역사적 사실을 일깨우며 풀어가는 소설을 통해서 '나라 잃은 백성은 상갓집 개만도 못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삶의 위대한 생명력, 조선인의 생명력에 숙연해 지기도 하구요.


작가의 의도 다소 다를지몰라도 소설을 읽는 내내 나라 잃은족의 서러움을 생각합니다. 이미 팔려가는 삶에 기대할게 없겠지만 나라잃은 백성의 그것은 더욱 비참하다는 것을 소설을 보며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네요.


앞서 짧게 적은 것처럼 검은 꽃은 그저 기구한 삶의 조명에 그치지만 않습니다. 아마도 거기에 그쳤다면 소설이 다소 밋밋했을거 같아요. 검은 꽃에는 전지적이라 할 수 있는 해설자가 소설의 깊이를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특이한게 소설속 어느 인물 또는 전지적 작가의 시점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소설에 끼어들어 이야기를 보충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구한말의 상황에 소설이 머무르는게 아니라 현실과 끊임없이 교감하면서 읽는 이에게 소설의 기본 내용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사는 현실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답게 첫 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마지막까지 숨쉴틈 없이 읽게 되네요.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슴에 아린 상처가 남기도 할거 같습니다.


참, 나라 잃은 백성의 삶에 가슴이 아픈데 생각해 보면 아직까지 치유되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님들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많은 분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 권해 봅니다.


아래는 역시나 소설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은 글귀들을 남겨봅니다.

짧은 소설속 대목 하나가 전체를 대신하기도 하니까요...




데리고 전국을 주유하 보부상은렇게 가르쳤다. 누가 먹을 것을 주거 백을 세고 먹어라. 그리고 누가 네가 가 것을 사려고 하거 릿속에 떠오 값의 말해라. 그러 누구도 너 멸시하지 않는다. 소년은렇게 하려고 했지만 일이 별로 없었다. 먹을 것을 이도 없었고 것을겠다는 자도 없었다.

 

저기, 나 안돌아가려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배에 올라탄 이래로 그같은 말을 듣기는음이었다. 그까 나라, 해 것이엇이 있다고 돌아가겠는가. 어려서 굶기고 철드니 때리고 만하니 내치지 않았나. 위로놈에, 로스케 등쌀에 아래로놈들홧발에 이리 맞고 저리 굽, 나라 백성들한텐 동지섣달 찬서리마냥 모질고 남의 나라 군대엔 오뉴 개처 비실비, 밸도 없고 줏대도 없는놈의 나라, 나 결코 돌아가려네.

 

그는 이미 농장주처럼 사고하고 양반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일하기 싫어하고 명령하기는 좋아하며, 자기보다 약한들을 때리고 멸시하기 밥먹듯이였다. 그러나 힘센 자에 지체없이 고개 숙였다.

 

그런데 갑자기 영롱한 셀라야의 종소리가 흔들어 놓은 것이다. 총탄이 오가 종탑 아래에서 그 춘추쿠밀 농장의 불꽃 아치 연수의 뜨거 몸을올렸다.

 

쟁을 거치며 의미 없는 살인을 저지 사내굴엔 어떤 돌이킬 없는둠이 깃든다는 것을신만 모르고 있었다.

 

이정의 논리는 어려웠다. 그들을 설득한 논리가 아니라 열정이었다. 그리고 열정은 기묘 것이었다. 그것은엇이 되고자 하 것이 아니라 되지 않고자 것이었다.

 

속으로 시체가 떨어졌다. 병사들이 죽은 품을졌다. 그 품에서는 손만 찢어질 같은 낡고 증명서 장이견되었다. 문서엔전라도 위도 28 박광수’라는 한자 대한제국의 관인이 희미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문자독할 있는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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