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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615의 세상 이야기/우리는 하나

[국감의 언저리]개성억류 현대아산 직원 유씨의 증언과 남북공동선언



어제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비공개 증인으로 참석한 현대아산 유성진씨의 진술 관련 기사를 보고 정말 놀랐다.

그동안 언론에서는 현대아산 직원인 유씨의 억류 문제를 언급하면서 주로 강제로, 억지로, 안하무인격으로 등의 수식어를 붙이면서 잘못이 없는 유씨를 북한이 억지로 억류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해 왔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 유엔에 문제 제기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유씨가 8월 13일 강제추방되고 나서는 개성공단에서의 남측인원에 대한 신변보장 문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보도가 집중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야말로 언론의 보도 양상은 선량한 현대직원이 무고하게 장기간 비인간적으로 억류되었고, 그것은 개성공단 그 자체의 운영상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으로 들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사진출처-노컷뉴스>

그런데 어제 언론 보도에서 나온 유씨의 증언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고, 그동안 억류 문제와 관련해 언론이 해법으로 제시한 신변보장 문제가 과연 근본적 대책인지 그의 증언으로 인해 의문이 들었다.

최소한 그의 증언을 통해 북의 비인간적 처사가 묘사될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또한 자연스럽게 자신의 행위가 별게 없었다는 식으로 증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게 자신이 개성공단에서 북의 체제를 비난했고 신념에 따라 무려 100여명에 대한 교화 작업까지 펼쳤다고 증언했다. 그의 증언을 싣고 있는 기사를 보는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그가 얼마든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자기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대아산 직원이 개성공단에서 정치적 신념을 펼치기 위해 근무하나?

뭐 근무하면서 그런 신념을 펼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엄밀히 북측 지역이고 사소한 마찰이 통일로 나아가는 우리 민족에게 악영햘을 줄 수도 있기에 서로를 존중하는 방향에서 공단을 운영하기 위한 규정을 벌써부터 해놓았다. 그러나 유씨는 이를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모두 무시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만약 유씨와 같은 행위를 역으로 생각하여 본다면, 남측에 내려온 북의 근로자가  북의 주체사상을 찬양하면서 100여명을 교화하려고 했는데 이를 감옥에 가두고 100여일 이상 아무런 보호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물론 이러한 상황이 뭐가 문제냐고 하는 열렬한 반공투사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유씨의 신념이라는 것이 개성공단 사업 그 자체와 충돌하는 것이었다.
그의 신념은 북의 체제 전복으로 보이는데, 개성공단은 통일부도 인정하는 상생, 번영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개성공단을 중단하든, 그가 개성공단 근무를 중단하든 했어야 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는 신념에 따라 북의 주민을 교화했다.

그동안 북에서 왜 현대아산 직원을 그리 오랜시간 동안 억류했는지 참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억류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서 듣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대체로 이런 류의 사건이 일어나면 남북의 주장이 서로 상반되는게 경험이고 그 진실이 밝혀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유씨 억류 사건과 관련해서는 남북이 억류 사유 만큼은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억류가 정당했는가, 개성공단에서 정치적 신념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상대를 교화하는 것까지 가능한가의 문제가 남았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공단을 포기하든, 유씨가 같은 사람이 근무를 포기하든 하는 식의 쉬운 방법 찾기도 있겠지만 우리는 근본적인 해결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통일 지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개성관광이 중단되기전 경의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관광출발을 대기중인 관광버스



하지만 남은 문제의 해법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굳건해 지지 않는 이상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때문에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다시 6.15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10.4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은 남과 북이 서로 신뢰하고, 힘을 합쳐 나가는 토대를 강화하는 것이고 바로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하자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하나의 민족이라는 생각, 한가정, 한가족이라는 의식이 굳건하게 자리잡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이다.

이것이 이번 유씨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더욱 깊이 생각해야 봐야 할 지점이고, 10.4선언 2주년을 갓 지난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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