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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리고 여가/영화이야기

과속스캔들;박보영의 노래가 크리스마스에서 설까지 끌어간다

정말 예상 밖이었다. 차태현의 능청스런 연기도, 박보영의 신인답지 않은 적응력도, 아역배우의 썩소까지 모든게 제목만을 통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철에 잠깐 팔아먹을 가족영화라는 선입견은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왜 이제서야 이 영화를 봤을까'로 바뀌었다.

맞다. 과속스캔들은 크리스마스 철에 잠깐 팔아먹을 영화처럼 만든게 확실하다. 미혼모, 스타의 과거, 화해, 가족애, 산타복장, 해피엔딩까지 한 철 영화가 갖추어야 할 것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방영되는 연휴 단골 영화 '나홀로집에'와 같은 부류다.

그러나 이 한 철 영화는 도무지 식상하지 않고, 너무 재미있고, 참신해서 이미 600만에 육박하는 흥행과속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속스캔들은 한 철 영화로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고달픈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안, 희망을 주는 영화이기에 힘이 있고, 생명력이 있는 영화다.
 
사실 스타의 과거로 삼대가 한자리에 모인 상황은 억지에 가깝다. 그러나 과속스캔들은 이 억지스런 상황을 웃음과 노래, 연기력을 통해 돌파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매우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영화의 전개력과 특히 박보영의 뛰어난 노래는 현실을 끌어안고, 관객을 붙드는 무언가가 있다. 

얼마전 고고70 이란 영화가 시대를 반영한 노래의 열정으로 우리에게 큰 호소력을 보여주었다면, 과속스캔들은 감미로운 박보영의 목소리와 노래로 고달픈 현실을 끌어안는 참신함과 호소가 아닌 따뜻함을 주고 영화를 보게 만든 것 같다.

과속스캔들 주연 박보영(사진:과속스캔들홈페이지)


영화를 보면서 박보영이 부르는 노래를 전문 가수의 립싱크로 알았다. 영화가 끝나 어느 가수인지 알기 위해 자막까지 다 찾아봤으니 박보영의 노래는 정말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진심에서 울리는 노래가 가진 흡인력은 정말 컸다.

아무튼 지금 과속스캔들은 크리마스가 아니라 설연휴까지 쾌속행진을 이어갈 예상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아마도 흥행은 쉽게 중단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다.

좀 억측이겠지만, 과속스캔들이 가진 힘은 단지 영화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닌것 같기 때문이다.

영화속 날벼락 같은 현실을 이겨나가는 유머와 박보영의 노래가 어쩌면 거짓말 같고 인정하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을 이겨내게 해주는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영화를 보면서 잠시나마 고달픈 현실을 떠날 수 있었고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시 현실은 혹독하다.
747도 없고, 수백만개의 일자리도 없으며, 촛불도 잡혀가고, 인터넷의 자유도 묶인 신세가 되었다. 아마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고 2월도 꾀나 추울 것이다.

그러나 과속스캔들이 흥행행진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유머와 노래, 낭만, 낙관을 가지고 현실을 헤쳐가면 날벼락 같은 현실도 바뀌지 않을까?

억지지만 내가 생각하는 장기 흥행의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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