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그리고 여가

'우리말에 대한 예의'없이 '설레임'드시면 국가보안법 위반


사람 사이의 예절은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말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리 고민 없이 살았던것 같습니다.

부산일보 교열기자 이진원 기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는 교열기자가 현장에서 오래시간 쌓아온 우리말 사랑의 마음과 살아있는 경험이 풍부히 담겨진 책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집중하는게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책읽기 초보인 저에게도 시종일관 집중성을 높여주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우리말에 대한 예의'의 무엇보다 좋은 점이 쉽게 읽히고, 쉽게 쓰여졌다는 것입니다. 우리말을 이해하고, 쓰는 것이 쉬우면서도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특히 알쏭달쏭한 우리말의 묘미가 묘미가 아닌 어려움으로만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그것이 청소년, 수험생, 취업준비생의 문제라면 더욱 큰 어려움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말글 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쉽게 우리말의 소중함과 우수함, 일상의 우리말 훼손에 대해 잘 알려주고 있으며, 그리하여 우리말에 대한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책은 헷갈리는 말, 뜻을 바르게 쓰기, 말속에 담긴 숨은 뜻, 외래어의 표기, 문법의 기본 규칙까지 상당히 폭넓은 분야를 구체적이고 사실감 넘치는 실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크게 공감했던 것은 기자의 가치관이었습니다.
글의 곳곳에 담겨있는 우리 사회의 지나온 역사와 현실에 담긴 비민주적인 요소들과 국가보안법의 허구성이 잘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자의 의도는 아니었을지라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논리적이고, 정연한 우리말 이해의 접근이 우리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연결되어 있어서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속에 우리말 사용 사례 중에서 '설레임'이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가슴이 설레이다' 하는 식의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국가보안법 위반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설레이다'는 북한표준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말에서는 '설레다'가 표준말입니다. 따라서 '가슴이 설레이다'는 북한식 표현이라고 봐야 하고, '가슴이 설레다'가 올바른 표현이 됩니다. 빙과류에 '설레임'도 마찬가지로 '설렘'이 맞는 표현입니다. 그런데도 '설레임'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그 의도가...^^


저자는 이렇듯 일관되게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 사례에 대해서 생동감있게 소개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를 우리말로 적절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말에 대한 예의'를 올바르게 지키는 것은 다소 우리말글 생활에서 까다로운 규칙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서나 예의를 잘 지키는 것이 결국 삶의 기초이고, 출발점인걸 보면, 영어교육 강화를 부르짖는 현 정권이 국민에 대한 기본 예의도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아직 우리말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여 그것이 내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을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꾸준히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반응형